영화26 영화 리뷰 [팬텀 스레드] : 새로운 강함을 위한 약함 영화: 팬텀 스레드 개봉: 2018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어떤 세계 어떤 세계가 있다. 모든 게 질서 정연하다. 작은 것 하나에도 정해진 입장이 있고, 취향이 있다. 대부분의 것들은 이미 검증되었고, 그 때문에 새로움에 대한 여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정교하게 짜여 있는 질서는 어떤 문제든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고, 안전하다. 여기서 이 질서를 만든 이는 스스로 강함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자각은 이 질서를,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갑옷을 더욱더 빈틈없이 짜여 있게 만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질서의, 조직의 공극이 점점 더 메워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채워지는 공극과 그로 인해 더욱 단단해진 질서는 만족스럽지가 않을 때가 있다. 이전의 단단함이 정.. 2023. 1. 22. 영화 리뷰 [이터널 선샤인] : 잊지 않고 싶은 이유 기억 죽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건 죽을 만큼 힘들다. 그래서 기억을 지워주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사랑했든지,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나고 얼마나 힘들고 지겨웠든지 그런 일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아무리 잊어버리려 해도 잊히지가 않아서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누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 마음에 그 기억만 없으면 좀 살 수 있을 것 같을 때가 있다. 기억을 지워주는 장치가 있다고 하자. 깔끔하게 내가 원하는 부분만 정교하게 기억을 지워주는 장치가 있는 병원에 가서 한참을 고민할 것 같다. 정확히 어디까지 지워야 할까. 이 기억과 이 기억은 어떻게 분리하지. 이건 상관없는 기억인데 어떻게 보존해야 하나. 기억을 지우기 위해 기억을 헤집다 보면 이건 이래.. 2023. 1. 22. 영화 리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미친 짓의 힘 역시 모든 것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세무당국은 압박하고, 딸과의 관계는 얘기할수록 틀어지고, 남편은 이혼하자 말하려고 한다. 머릿속은 복잡하다 못해 아득해진다. 나는 한 명인데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게 공평한가에 대한 억울함이 든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참다못해 반대로 생각해 본다. 한 가지 문제에 동시다발적인 내가 달려들어 해결한다면 어떨까. 제목의 에브리씽도 나고, 에브리웨어에 있는 것도 나다. 수많은 내가 한꺼번에 나아간다. 결정 하나에 인생 하나 인생의 기로에 선 것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지금 내가 선택한 결정 말고, 다른 결정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올지 궁금하다. 다른 결정의 삶으로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물론 이렇게 여러 번 살아보는 것을 못하니까 결정 전에.. 2023. 1. 21. 영화 리뷰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 소멸되는 것의 아름다움 어떤 시간은 영원히 잊고 싶지 않다. 잊지 않으려 사진을 찍어보고, 기록해 보고,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기억이란 마지막 기억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에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가 기억하는 시간은 점점 축약되거나 사라지거나, 어떤 것은 서로 중첩되기도 한다. 차라리 그렇게 기억하는 게 우리 마음이 편할 때가 있다. 토니와 토니 2의 기억이 서로 겹쳐지듯이 말이다. 기억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태도 누군가, 지금 우리에게도 영화에서 나온 것과 같은 홀로그램 기술이 있다면 사용을 하겠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너무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억의 보존을 위해서 기억을 파헤치는 과정이.. 2023. 1. 20.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