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6 영화 리뷰 [마스터] : 완전한 독립을 위하여 트라우마 마음속에 상처가 한 번 자리 잡으면 좀처럼 그것을 꺼내기가 힘들다. 혹은 꼭 '트라우마'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생각이나 집착 때문에 다른 것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는 그것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생각에 불필요한 다른 생각들이 끼어들 때, 그로 인해 판단이 명료하지 않을 때, 그 생각의 주체가 나인지 의심이 든다. 물론 상처받은 또 다른 자아, 그 때문에 지속적으로 내 머릿속에 출현하여 나를 괴롭히는 자아 역시 나의 일부이지만, 그런 출현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 이제는 그것이 반갑지가 않다. 어쩌면 자유는 통제에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흔히 자유라고 말한다면, '내 마음대로'가 통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2023. 2. 12. 영화 리뷰 [쓰리 빌보드] : 상처에 대한 이야기 상처가 남긴 것 우리가 날카로운 이유는 대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내가 얼마나 약한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터지고, 발가벗겨진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이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한 번 그렇게 상처를 받으면 그것이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그다음부터는 나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힌다. 비슷한 경우를 겪을 때면 온통 그 생각만 난다. 나를 두꺼운 갑옷으로 꽁꽁 싸매고, 더 이상 상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접촉을 거부하게 된다. 안전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마음이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강한 선입견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것은 이럴 거야 하고 결론지어버리는 것이다. 처음에 아무런.. 2023. 2. 3. 영화 리뷰 [패밀리 맨] : 삶과 운의 교차점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행운 그들은 과연 그 이후에 행복했을까. 주인공 잭은 다른 삶을 살아보았지만 케이트는 그러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잭은 이제 완전히 변한 걸까. 어떤 선택을 해서 10년 넘게 산 이후에, 어떤 계기로 인해 그가 과거에 했던 선택과 반대되는 선택을 했을 때 어땠을지를 경험하는 게 과연 행운인 걸까. 만약 그게 행운이라면 그런 경험을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잭의 경험은 불공평하게 느껴질 것 같다.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서, 일어나기에는 너무 반칙 같아 보여서 기적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처럼 여기서도 주인공 잭은 일종의 멀티버스를 경험한다. 한 번의 선택이 향후 십 년의 모든 삶을 바꾼다는 전제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선택에 따른.. 2023. 1. 29. 영화 리뷰 [파고] :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 문제에 부딪힐 때 아무것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기대했던 일은 틀어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신당하고, 주변의 압박이 밀려온다. 내가 문제여서 인지, 아직 때가 아니어서 인지 모르겠다. 그러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지 하고 점점 희망을 버리게 된다. 하지만 아직 욕심이 남아 있어서, 포기는 못하겠다.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고 싶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인 것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에너지를 쏟고 싶진 않다. 어떤 것을 새로 시작할 때는 의지가 충만해있다. 뭘 하든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문제에 봉착하고, 계획이 수정된다. 그리고 다시 일을 추진해 나가다가, 다시 문제에 부딪힌다. 다시 수정. 이런 것들을 반복하.. 2023. 1. 27. 이전 1 2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