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26 영화 리뷰 [피닉스] : 서로 다른 시간 속의 상처 지워져 버린 시간의 흔적 나의 얼굴이 바뀌더라도 여전히 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쟁의 상처가 얼굴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 상처를 가리기 위해 새로운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주인공 넬리는 여전히 예전의 얼굴이 그리웠다. 모든 것이 망가진 지금, 그 얼굴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매개체였다. 그것을 잃는다는 것은 나를 증명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된다. 얼굴이 그렇게 나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넬리는 그렇다고 할 것이다. 단순히 형태를 넘어서 내가 짓는 표정, 눈의 깜빡거림, 흉터, 주름이 그동안 내가 살아낸 시간들을 담고 있다. 그것이 아름답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 모든 흔적들이 내가 가진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슬프거나 잊고 .. 2023. 1. 19. 영화 리뷰 [모스트 원티드 맨] : 균형을 잡는다는 것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하는 일의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답이 있는 질문이지만, 많은 경우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것의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을 묻는 것은 멋진 일이다. 문제의 본질로 다가갈수록 근본적인 해결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질문에는 정답을 찾고 싶어 하는 진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질문을 던질 때면 나는 오롯이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 다른 주변의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주체가 된다. 불필요한 선입견에서 자유롭거나, .. 2023. 1. 18. 영화 리뷰 [피아니스트의 전설] : 한 걸음의 무게 한 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거기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그곳을 떠나라고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영화의 시작은 여기이다. 그리고 그는 결국 배에서 내리지 못한다. 바깥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배 밖으로 가까이 보이는 항구에 대한 두려움은 어쩌면 이길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그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나를 발견하는 과정 주인공 나인틴헌드레드는 배와 육지를 연결하는 계단의 중간에 멈춰 멀리 육지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에 잠긴 후 다시 배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는 결국 새로운 세상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버리지 못했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틀을 깨지 못했다.. 2023. 1. 18. 영화 리뷰 [시티 오브 갓] : 신이 버린 도시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는 자라면서 남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한 적은 없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말이다. 시티 오브 갓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파벨라의 별명이다. 신의 도시라는 이름의 이곳은 역설적이게도 신이 버린 도시 같은 느낌이 든다. 정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사치인 곳. 그보다 눈앞의 생존을 힘들게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곳이 시티 오브 갓이다. 사회 부적응자 시티 오브 갓에서 가장 현명한 결심은 어떻게든 그곳을 떠나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익숙한 가난, 폭력, 살인은 이 상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이 상황을 벗어날 수나 있을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밖에 있는 우리의 눈에는 그 안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 2023. 1. 17. 이전 1 ··· 3 4 5 6 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