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나는 자라면서 남에게 생명의 위협을 당한 적은 없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말이다. 시티 오브 갓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파벨라의 별명이다. 신의 도시라는 이름의 이곳은 역설적이게도 신이 버린 도시 같은 느낌이 든다. 정의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사치인 곳. 그보다 눈앞의 생존을 힘들게 노력해서 얻어야 하는 곳이 시티 오브 갓이다.
사회 부적응자
시티 오브 갓에서 가장 현명한 결심은 어떻게든 그곳을 떠나야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익숙한 가난, 폭력, 살인은 이 상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이 상황을 벗어날 수나 있을지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밖에 있는 우리의 눈에는 그 안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지 비교가 되지만, 태어났을 때부터 그것이 전부인 사람들에게 그 밖의 세계에 대한 희망은 상상에 의존해야 할 것들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부스카페는 그런 의미에서 현명한 결심을 한 자이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그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것이 순전히 그의 현명함에나 옳음에 대한 추종 때문에 나온 것 같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부스카페는 시티 오브 갓이라는 사회의 부적응자인 셈이다. 그곳에서는 돈이 필요하면 훔치면 되고,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은 그냥 총으로 쏴 죽이면 된다. 하지만 부스카페는 너무 착하고 나약하다. 몇 번의 시도를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는 매번 각종 핑계를 대며 시티 오브 갓이 가지고 있는 ‘폭력의 질서’를 따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른 생존 전략을 택해야 했다. 물론 마약 운반책 정도의 '시시한 일’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그의 현명함이라 말할 수 있지만, 이것은 ‘주류’에 뛰어들지 못함에 대한 반항처럼 보인다.
부스카페가 만약 다른 이들과 같이 그가 속한 사회에 잘 적응했다면, 그래서 성공했다면, 그에게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어떤 것이었을까. 등장인물 대부분의 결말이 그렇듯 역시나 죽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회가 만들어놓은 질서나 관습을 잘 따라갔더니 죽음에 이르게 되는 그 사회에 대한 책임은 누가 가지고 있을까. 아마도 이 질문이, 여기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정의에 대한 질문의 시작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는 총은 누가 공급했을까. 그것을 막을 수는 없었을까. 경찰은 과연 막을 수 없어서 막지 않는 것일까 아니면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것일까.
현명한 자가 되기 위해서
제도가 없는 사회보다 잘못된 제도가 철저히 자리 잡혀 버린 사회가 더 위험하다. 갱들은 이 철저하게 잘못된 제도가 만들어 낸 결과물일 뿐이다. 하지만 갱들의 존재와 그들의 폭력성에만 비난을 의존하기에 시티 오브 갓은 너무나도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은 바라지도 않고, 생명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다. 살인은 너무나도 쉽고, 또 이른 나이에 세습되면서 인간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가치는 찾아볼 수가 없다.
어떤 곳의 가장 현명한 자가 그곳을 탈출하려는 마음을 먹은 자라니. 하지만 탈출을 마음먹었다고 해도, 극복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주변의 모든 사람은 범죄자이고, 나는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았고, 가족은 갑자기 죽고 없다. 많은 자기 계발서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일단 시작하고, 실패해도 거기서 배우고, 내 주변의 장애를 극복하라는 공식이 여기서도 통할까. 혹시나 실패가 바로 죽음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의 생존에 감사하며 욕심 없이 살아야 할까.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갖는 것이 지나친 사치는 아닐까.
목표를 주시하고, 담담하게 포기하지 않기
다행히 부스카페는 자기 계발서의 공식을 따른다. 그는 언제나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여러 번 실패한다. 실패하는 건 싫지만, 거기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연하지 않는다. 과거의 실패 때문에 잘못된 길로 접어들 수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그는 나름의 배울 점을 찾았다. 그가 가진 상황에 제법 객관적인 판단을 한다. 그의 환경은 처절하지만 징징대지 않는다. 담담하게 자신이 처한 조건을 받아들인다. 포기하지 않고 주변 상황을 관찰한다. 그러다 운도 따랐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보인 용기의 값어치가 훨씬 우세하다. 그는 본능적으로 기회를 포착했고, 그 기회를 활용하는데 죽음의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 이후 그것을 적절히 이용할 줄도 알았다.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그가 보인 행동들은 모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 아마도 그는 그런 기회를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걸로 보인다. 그만큼 시티 오브 갓을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컸던 것 같다. 그는 기회를 잡아야 하는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
시티 오브 갓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낸 성공스토리이다. 어떤 성공스토리든 어렵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발생한 것은 없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죽음을 담보로 하진 않는다. 죽음이 일상인 곳이라고 해서 죽음의 공포에 대한 역치가 낮진 않을 것이니, 부스카페의 탈출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의지를 굽히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담담히 상황을 받아들이며 관찰했고, 마음속의 목표를 끝까지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도가 보호해주지 않는 곳에서, 정의가 없는 곳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이렇게 지켜내기란, 시류에 편승해서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지 않기란, 자기만의 옳음이 무엇인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질문하기란 정말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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