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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미친 짓의 힘 역시 모든 것은 한꺼번에 몰려온다. 세무당국은 압박하고, 딸과의 관계는 얘기할수록 틀어지고, 남편은 이혼하자 말하려고 한다. 머릿속은 복잡하다 못해 아득해진다. 나는 한 명인데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안 좋은 일이 벌어지는 게 공평한가에 대한 억울함이 든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참다못해 반대로 생각해 본다. 한 가지 문제에 동시다발적인 내가 달려들어 해결한다면 어떨까. 제목의 에브리씽도 나고, 에브리웨어에 있는 것도 나다. 수많은 내가 한꺼번에 나아간다. 결정 하나에 인생 하나 인생의 기로에 선 것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지금 내가 선택한 결정 말고, 다른 결정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올지 궁금하다. 다른 결정의 삶으로도 한 번 살아보고 싶다. 물론 이렇게 여러 번 살아보는 것을 못하니까 결정 전에.. 2023. 1. 21.
영화 리뷰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 소멸되는 것의 아름다움 어떤 시간은 영원히 잊고 싶지 않다. 잊지 않으려 사진을 찍어보고, 기록해 보고, 안간힘을 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은 점점 희미해진다. '기억이란 마지막 기억을 기억하는 것'이라는 영화 속 대사에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가 기억하는 시간은 점점 축약되거나 사라지거나, 어떤 것은 서로 중첩되기도 한다. 차라리 그렇게 기억하는 게 우리 마음이 편할 때가 있다. 토니와 토니 2의 기억이 서로 겹쳐지듯이 말이다. 기억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태도 누군가, 지금 우리에게도 영화에서 나온 것과 같은 홀로그램 기술이 있다면 사용을 하겠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너무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것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억의 보존을 위해서 기억을 파헤치는 과정이.. 2023. 1. 20.
영화 리뷰 [피닉스] : 서로 다른 시간 속의 상처 지워져 버린 시간의 흔적 나의 얼굴이 바뀌더라도 여전히 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쟁의 상처가 얼굴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 상처를 가리기 위해 새로운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었지만 주인공 넬리는 여전히 예전의 얼굴이 그리웠다. 모든 것이 망가진 지금, 그 얼굴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매개체였다. 그것을 잃는다는 것은 나를 증명할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된다. 얼굴이 그렇게 나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넬리는 그렇다고 할 것이다. 단순히 형태를 넘어서 내가 짓는 표정, 눈의 깜빡거림, 흉터, 주름이 그동안 내가 살아낸 시간들을 담고 있다. 그것이 아름답냐 아니냐를 떠나서 그 모든 흔적들이 내가 가진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 속에는 슬프거나 잊고 .. 2023. 1. 19.
영화 리뷰 [모스트 원티드 맨] : 균형을 잡는다는 것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왜 하는지 스스로 질문해 본 적이 있는가. 지금 하는 일의 궁극적이고 장기적인 목적이 무엇인가 하고 말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처음부터 답이 있는 질문이지만, 많은 경우 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보다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얘기한다. 어떤 것의 근본적인 이유와 목적을 묻는 것은 멋진 일이다. 문제의 본질로 다가갈수록 근본적인 해결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질문에는 정답을 찾고 싶어 하는 진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질문을 던질 때면 나는 오롯이 독립적인 존재가 된다. 다른 주변의 개입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주체가 된다. 불필요한 선입견에서 자유롭거나, .. 2023.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