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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히든] : 생각의 주도권 생각의 잠식 한 번 의심이 생겨버리면, 그것이 없었던 때로 돌아가기는 힘들다. 자신 주변을 찍고 있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비디오에 주인공 조르쥬가 처음으로 궁금해했던 것은 이것을 누가 찍었는가였고, 그다음은 왜 찍었는가였다. 비디오를 찍은 의도가 무엇일까를 궁금해하다가, 비디오로 인해 자신의 삶에 생긴 변화가, 그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비디오를 보낸 의도처럼 생각이 된다. 아내 안느와의 싸움, 아들의 가출,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비디오의 의도처럼 읽히게 된다. 한 번 그런 식으로 생각이 방향을 정해버리면, 좀처럼 그 방향을 틀기가 힘들다. 그래서 각 사건이 발생한 원래 이유를 찾기가 힘들다.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 2023. 3. 29.
영화 리뷰 [스즈메의 문단속] : 기억과 장소 자연의 존재 대지가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아마도 일본인들은 생활처럼 겪는 지진의 경험 속에서 그런 의지와 힘을 느끼나 보다. 자신의 삶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하고 무서운 힘에 떨고 난 후에야 그것의 존재를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람은 자연에 대해 참 무관심하다. 특히 요즘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자연이 주는 한계를 많이 극복하게 된 시대를 살게 되면서 그런 무관심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 한 번씩 역시나 자연 앞에 미약한 존재임을 확인하게 되고 반성하지만, 그것이 자주 반복되지 않은 이상 우리는 쉽게 자연의 존재와 그 힘을 잊게 된다. 마치 공기가 늘 있는 것처럼, 그래서 크게 의미 있지 않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기억의 시작 우리의 기억에는 늘 배경이 있다. 과거의 .. 2023. 3. 26.
영화 리뷰 [버니 메이도프] : 가면의 앞과 뒤 영화(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끝나고 난 이후에도 찝찝한 기분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던 이유는 이 사기의 끝이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 끝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2008년 금융위기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아마 당시의 금융위기가 없었다면, 어떤 식으로든 지금까지 그 사기가 이어져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더 많은 피해자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특히 위기가 있을 때마다 피해자의 수가 이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그 피해 규모는 훨씬 더 컸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사기의 규모가 커지고 커져서 만약 나도 '버니 메이도프'라는 투자회사에 대해 알게 됐다면, 과연 나는 그것이 사기인지 구분할 수 있었을까라고 질문했을 때, 내가 내릴.. 2023. 3. 20.
영화 리뷰 [아메리칸 팩토리] : 타협할 수 없는 갈등 이유 있는 동거 그들이 왜 같이 있어야 하는지 이유는 명확했다. 중국 기업가는 미국 시장 접근을 위한 거점이 필요했고, 미국 직원들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익을 낼 수 없으면 미국에 공장을 세울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을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당연했고, 노조의 설립을 원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노조가 있으면 기업의 요구 조건을 양보해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역사회에 있던 공장이 없어지면서 오랜 시간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어떤 일자리든 필요했다. 일자리를 가지지 못했던 시간만큼 그들 삶의 수준은 척박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이 경영하는 공장이 들어왔을 때, 그들은 일자리의 조건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이 됐든 없는 것.. 2023.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