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2 영화 리뷰 [킹스 스피치] : 긴장이 당신을 사로잡을 때 역시나 긴장은 한 번 시작되면 답이 없다. 긴장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은 한 번 시작되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속에 정착이 되면, 이제 커졌으면 커졌지 스스로 작아지는 경우가 잘 없다. 왜냐면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긴장이 발생했던 처음의 이유는 사라지고, ‘나는 긴장하고 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더 큰 긴장을 하게 만든다. 생각에서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면 머릿속에 온통 코끼리 생각뿐이듯이, 긴장 풀라는 말이 때로는 더 긴장하게 할 때가 있다. 혹은 사실 긴장하는 줄 몰랐는데, 그때부터 긴장이 시작될 때가 있다. 긴장의 이유 어릴 적 운동회를 하면 있었던 달리기 시합이.. 2023. 9. 17. 영화 리뷰 [두 교황] : 위대함을 만드는 것 시각 장애인과 가이드러너 패럴림픽의 시각 장애인 육상에는 가이드러너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가는 줄을 손목이나 허리에 이어달고 함께 달린다. 100m 육상의 경우, 10초대의 기록까지 나온다. 웬만한 일반 선수의 속도가 나올 만큼 두 사람은 전력 질주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한 사람이 넘어질 경우, 두 사람 모두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동이다. 시각 장애인과 가이드러너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잘 다듬어진 결과가 만들어지기 전까지의 과정은 어땠을까. 그 시작은 어땠을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뿐일 텐데, 그런 강한 믿음을, 타인에 대한 의존을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 2023. 8. 20. 영화 리뷰 [슬픔의 삼각형] : 평등이란 신 포도 실현된 적 없는 개념 처음에 여느 페미니즘 영화인 줄 알았다가 이내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성 역할에 대한 질문의 시작은 대개 억울함이다.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요즘 시대에 평등은 누구나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것이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그 정의마저도 쉽지 않다. 모든 걸 같게 맞추기에는 우리는 저마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 고용주와 고용인, 남자와 여자. 그들이 시작한 조건이 다르고, 놓여있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진짜 평등인가라는 논쟁을 할 때면, 그나마 안전하게 도출되는 결론은 '기회의 평등'이다. 딴 건 몰라도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같.. 2023. 8. 15. 생활 리뷰 : 억울함과 서운함 사이 어떤 사람과 다른 사람의 차이 두 사람이 대화를 한다. 어떤 사람은 대화에서 '사실'을 말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대화에서 말의 '의도'를 말하는 게 중요하다. 별로 중요한 주제가 아닐 경우에 이 둘은 큰 문제없이 얘기할 수 있다. 대화의 주제에 애정이 없을 때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긍정적인 여유이기도 하고, '뭐 그러든가' 하는 약간의 자조 섞인 여유이기도 하다. 어느 경우든 나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면 'Let it go' 할 수 있고, 그러면 대화는 부드럽게 흘러간다. 굳이 지켜야 할 주장이 없기 때문에 어느 쪽도 대화의 흐름에 집착하지 않는다. 좋은 사회적 대화이다. 문제는 나름 중요한 문제에 대한 얘기를 할 때이다. 앞서 말한 '어떤 사람'은 사실 .. 2023. 7. 29. 이전 1 2 3 4 5 6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