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14 영화 리뷰 [모리타리안] : 진실의 기회 갑자기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잡혀와서 몇 년 동안을 감옥에 갇혀 있어야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억울함. 사람이 가장 느끼지 말아야 할 감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갇혀 지내는 불편함, 몸의 자유를 구속받는 것도 힘들겠지만 도대체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 가장 답답할 것 같다. 누군가 갇혀있는 이유라도 얘기해 주고, 그것에 대해 비난을 한다면 차라리 나을 것 같다. 그러면 최소한 그에 대해 항변하고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나의 설명이 오해를 살 때 억울함을 느낀다. 내가 설명을 잘 못하거나 상대방이 내 입장을 이해할 수 없을 때 억울함을 느낀다. 그렇지만 더 억울한 것은 상대방이 내가 하는 말을 들으려조차 하지 않을 때이다. 상대방이 내 입장을 궁금해하지 않을.. 2023. 3. 12. 영화 리뷰 [타인의 삶] : 사람은 변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가 흔히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이 말은 부정적인 결론에 인용된다. 사람은 변하기 않기 때문에 변할 거라고 기대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말라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 이제는 바뀔 거라고 기대하기보다는 그냥 그 사람을 더 이상 믿지 말라고 말하는 경우이다. 괜히 사람이 변할 거라 믿었다가 자신만 다치지는 것을 조심하라는 경고이다. 내가 본 것 중, 이 말을 가장 긍정적으로 사용한 경우는 어느 기업가의 말이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고정상태에서 그 사람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중 어느 부분을 부각할 수 있고, 어느 부분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할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으로 보든, 긍정적으로 보든.. 2023. 2. 18. 영화 리뷰 [마스터] : 완전한 독립을 위하여 트라우마 마음속에 상처가 한 번 자리 잡으면 좀처럼 그것을 꺼내기가 힘들다. 혹은 꼭 '트라우마'까진 아니더라도 어떤 생각이나 집착 때문에 다른 것들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있다.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유는 그것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생각에 불필요한 다른 생각들이 끼어들 때, 그로 인해 판단이 명료하지 않을 때, 그 생각의 주체가 나인지 의심이 든다. 물론 상처받은 또 다른 자아, 그 때문에 지속적으로 내 머릿속에 출현하여 나를 괴롭히는 자아 역시 나의 일부이지만, 그런 출현이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때 이제는 그것이 반갑지가 않다. 어쩌면 자유는 통제에 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흔히 자유라고 말한다면, '내 마음대로'가 통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2023. 2. 12. 영화 리뷰 [쓰리 빌보드] : 상처에 대한 이야기 상처가 남긴 것 우리가 날카로운 이유는 대개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내가 얼마나 약한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사고는 예기치 못하게 터지고, 발가벗겨진 나 자신에 대한 기억이 상처로 남는다. 그리고 한 번 그렇게 상처를 받으면 그것이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그다음부터는 나를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힌다. 비슷한 경우를 겪을 때면 온통 그 생각만 난다. 나를 두꺼운 갑옷으로 꽁꽁 싸매고, 더 이상 상처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접촉을 거부하게 된다. 안전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마음이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강한 선입견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그것은 이럴 거야 하고 결론지어버리는 것이다. 처음에 아무런.. 2023. 2. 3.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