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38 영화 리뷰 [더 웨일] : 삶이 무너져 내린다고 느껴질 때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는 더 이상 나아질 게 없고 안 좋은 쪽으로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그때가 되면 그동안 숨겨 왔던 내 모든 단점과 미래에 대안 불안 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앞으로 나가는 단 한 걸음을 내딛기가 힘들어 보일 때, 이제 나에게 희망은 없다고 느껴질 때. 영화의 주인공 찰리는 그런 시간을 맞고 있다. 삶이 무너질 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 나에게 전부였던 사람을 잃게 되면 내 많은 것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다. 그와 함께 했던 시간과 생각들이, 내 안에 있던 그 많은 것들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람을 잃으면 그 사람과 함께한 기억 속에 있는 나를, 그 사람 이전의 나와 구분하기가 힘이 들다. 그래서 그걸 빼고 나면 원래 .. 2023. 9. 29. 영화 리뷰 [프라이멀 피어] :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프라이멀 피어(Primal Fear)’는 ‘원초적인 공포’라는 뜻이다. 공포 중에서도 가장 강한 공포. 노력과 의지로 없애기 힘든, 마치 태고적부터 있었던 것처럼 떨치기 힘든 공포란 어떤 걸까. 이 영화는 이렇다 할 직접적인 설명 없이 그걸 느끼게 해 준다. 슬픔이 다른 감정으로 전이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을 때 슬픈 이유는 많다. 그 사람의 이런저런 모습들, 함께 했던 추억들이 생각나고, 함께 꿈꾸었던 미래를 같이 이루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이길 수 없는 아쉬움 같은 것들.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 같은데 하며 느껴지는 상실감. 있던 사람이 이제는 없어지면서 내 마음 한 구석이 비어져버린 것 같고, 이제는 영영 채워지지 않을 것 같다. 만약 상대방이 나에게 헤어짐을 통보했을 경우, 내가 뭘 잘못.. 2023. 9. 24. 영화 리뷰 [킹스 스피치] : 긴장이 당신을 사로잡을 때 역시나 긴장은 한 번 시작되면 답이 없다. 긴장의 원인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것은 한 번 시작되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 마음속에 정착이 되면, 이제 커졌으면 커졌지 스스로 작아지는 경우가 잘 없다. 왜냐면 내가 그것에 대해 생각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긴장이 발생했던 처음의 이유는 사라지고, ‘나는 긴장하고 있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그 생각이 더 큰 긴장을 하게 만든다. 생각에서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라고 하면 머릿속에 온통 코끼리 생각뿐이듯이, 긴장 풀라는 말이 때로는 더 긴장하게 할 때가 있다. 혹은 사실 긴장하는 줄 몰랐는데, 그때부터 긴장이 시작될 때가 있다. 긴장의 이유 어릴 적 운동회를 하면 있었던 달리기 시합이.. 2023. 9. 17. 영화 리뷰 [두 교황] : 위대함을 만드는 것 시각 장애인과 가이드러너 패럴림픽의 시각 장애인 육상에는 가이드러너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가는 줄을 손목이나 허리에 이어달고 함께 달린다. 100m 육상의 경우, 10초대의 기록까지 나온다. 웬만한 일반 선수의 속도가 나올 만큼 두 사람은 전력 질주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한 사람이 넘어질 경우, 두 사람 모두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동이다. 시각 장애인과 가이드러너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잘 다듬어진 결과가 만들어지기 전까지의 과정은 어땠을까. 그 시작은 어땠을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뿐일 텐데, 그런 강한 믿음을, 타인에 대한 의존을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 2023. 8. 20. 이전 1 2 3 4 5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