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개봉4 영화 리뷰 [두 교황] : 위대함을 만드는 것 시각 장애인과 가이드러너 패럴림픽의 시각 장애인 육상에는 가이드러너가 필요하다. 두 사람이 가는 줄을 손목이나 허리에 이어달고 함께 달린다. 100m 육상의 경우, 10초대의 기록까지 나온다. 웬만한 일반 선수의 속도가 나올 만큼 두 사람은 전력 질주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한 사람이 넘어질 경우, 두 사람 모두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둘이 한 몸처럼 움직이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운동이다. 시각 장애인과 가이드러너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잘 다듬어진 결과가 만들어지기 전까지의 과정은 어땠을까. 그 시작은 어땠을까.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뿐일 텐데, 그런 강한 믿음을, 타인에 대한 의존을 어떻게 만들어냈을까. .. 2023. 8. 20. 영화 리뷰 [포드 V 페라리] : 공을 끝까지 봐야할 때 중심이 잡아주는 것들 결정적인 순간은 늘 마지막까지 내몰렸을 때 온다. 레이싱을 좋아하고 잘하지만 돈 버는 능력은 별로였던 주인공 켄의 정비소에 차압딱지가 붙는다. 좋았던 건, 그것에 대해 켄과 그의 아내는 그렇게 비통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이기 때문에 아름답게 그린 것일까, 그냥 돈을 벌 다른 방법을 알아보면 되는 것처럼 군다. 심각하지만 해결되지 않는 일은 아니다. 물론 정비소는 넘어갔고, 다른 정비소에 직원으로 일해야 하지만 그게 뭐 별거일까, 켄 특유의 다혈질적인 분노가 여기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점이 인상적이다. 쉽게 화낼 수 있는 사람이 그의 아내 앞에서는 온순해진다. 아마도 그녀에게 잘 보이는 것이 그의 인생에 중요한 중심이었나 보다 하고 생각이 든다. 그의 아내를 보면 이 생각이 꽤 설.. 2023. 4. 22. 영화 리뷰 [아메리칸 팩토리] : 타협할 수 없는 갈등 이유 있는 동거 그들이 왜 같이 있어야 하는지 이유는 명확했다. 중국 기업가는 미국 시장 접근을 위한 거점이 필요했고, 미국 직원들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익을 낼 수 없으면 미국에 공장을 세울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을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당연했고, 노조의 설립을 원하지 않는 것도 당연했다. 노조가 있으면 기업의 요구 조건을 양보해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기존의 지역사회에 있던 공장이 없어지면서 오랜 시간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은 생계유지를 위해 어떤 일자리든 필요했다. 일자리를 가지지 못했던 시간만큼 그들 삶의 수준은 척박해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이 경영하는 공장이 들어왔을 때, 그들은 일자리의 조건을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무엇이 됐든 없는 것.. 2023. 3. 13. 영화 리뷰 [다크 워터스] : 오랜 시간을 버틴 위대함 어떤 것을 오랫동안 한다는 것 한 가지 일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돈이 됐든, 명예가 됐든, 처음의 각오를 잊지 않게 만드는 중요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나에게 중요한 것이어야만 효과가 있다. 오랫동안 어떤 일을 지속하면서 겪게 되는 모든 힘든 과정을 감내하도록 의지를 줄 만큼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일을 수십 년 동안 지속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이 ‘나에 관한 것’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자신의 신념대로 어떤 일을 유지하는 사람들을 가끔 본다. 이를테면, 환경운동가들이나 난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보상은 과연 어떤 것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지치지 않고 한.. 2023. 1. 2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