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2 영화 리뷰 [슬픔의 삼각형] : 평등이란 신 포도 실현된 적 없는 개념 처음에 여느 페미니즘 영화인 줄 알았다가 이내 그게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된다. 성 역할에 대한 질문의 시작은 대개 억울함이다.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요즘 시대에 평등은 누구나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고 믿지만 사실 그것이 실현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지어 그 정의마저도 쉽지 않다. 모든 걸 같게 맞추기에는 우리는 저마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자와 가난한 자, 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 고용주와 고용인, 남자와 여자. 그들이 시작한 조건이 다르고, 놓여있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게 진짜 평등인가라는 논쟁을 할 때면, 그나마 안전하게 도출되는 결론은 '기회의 평등'이다. 딴 건 몰라도 기회는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같.. 2023. 8. 15. 영화리뷰 [데몰리션] : 감정의 시차 어떤 일과 그에 대한 감정이 늘 동시에 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둘 사이에 시차가 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데이비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처음에는 그가 아내를 많이 사랑하지 않아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 사람에 대한 상실감은 있을 법 한데,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뭔가 마비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싫어하는 어떤 일이 일어났음에도 그 감정이 바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직 그게 내 삶에 충분히 와닿지 않아서이다. 누군가 떠나는 건 알겠는데, 아직 내 삶은 그 부재를 충분히 못 느끼고 있다. 어떤 것이든 직접 경험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로서는 '부재'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을 주진 않는다. 그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아 이제 정말 없구나'.. 2023. 4.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