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크 발레 감독1 영화리뷰 [데몰리션] : 감정의 시차 어떤 일과 그에 대한 감정이 늘 동시에 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나는 둘 사이에 시차가 좀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데이비스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처음에는 그가 아내를 많이 사랑하지 않아서인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랑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 사람에 대한 상실감은 있을 법 한데, 그마저도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뭔가 마비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싫어하는 어떤 일이 일어났음에도 그 감정이 바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직 그게 내 삶에 충분히 와닿지 않아서이다. 누군가 떠나는 건 알겠는데, 아직 내 삶은 그 부재를 충분히 못 느끼고 있다. 어떤 것이든 직접 경험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나로서는 '부재'라는 단어가 어떤 느낌을 주진 않는다. 그보다는, 오랜 시간에 걸쳐 '아 이제 정말 없구나'.. 2023. 4.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