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영화 리뷰 [스내치] : 이야기의 탄생

by 리질리언스 2023. 6. 6.

  영화 제목처럼 다이아몬드는 누구에게도 한 번도 내 것인 적이 없다. 오히려 그것을 강하게 탐할수록 죽거나 다친다. 가장 훌륭했던 인물은 그것의 존재조차 몰랐던 브래드 피트. 훔치긴 했지만 다이아몬드를 노력해서 얻었다고 말하긴 힘들다. 그리고 내 분수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헐렁해서 보기가 안 좋다. 자신의 그릇에 맞지 않는 운은 다른 사람이 쉽게 잡아채간다. 되찾으려 할수록 나만 다칠 뿐이다.

 

  다이아몬드든, 돈이든, 여자든 한 가지 것에 몰입하다 보면, 그것 말고 나머지는 보이지가 않는다. 앞뒤 분간이 안 간다. 좋게는 이것이 추진력을 만들어주지만, 나쁘게는 균형을 잃는다. 사실 내 동공을 키울 만큼 나에게 솔깃한 일은 대개 나에게만 솔깃한 일이다. 당장 나에게는 그것을 얼른 가져야 할 것 같고, 다른 모두가 그것을 탐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착각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나와 비슷한 정도의 사람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만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마지막에 보면 대개 끼리끼리 다투고 있다.

 

  물론 몰입이 주는 집중력의 강력함은 있다. 힘을 한 데 모아 밀어붙이는 추진력. 그리고 집중력과 집착은 같거나 한 끝 차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잘 키워냈으니 과거 그의 집중력이 찬사를 받는 것이지, 망할 뻔했던 오랜 시간 중 하나에 고꾸라졌다면 그는 그냥 가능성 없는 것에 집착하다가 망한 미련한 사람이라고 평가받았을 것이다. 그가 가진 꿈의 크기는 그가 성공한 이후에 평가받은 것이다. 테슬라가 망했다면 그건 그냥 망상이었다. 지금 그가 얘기하는 스페이스엑스도 마찬가지다. 테슬라가 잘 나가는 한, 사람들은 있을 법한 꿈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결국 모든 이야기는 뒤에서 앞으로 만들어진다. 누군가 노력하고 성장할 때는 아무도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 그 노력과 성장으로 뭔가를 이루어냈을 때, 그제야 과거를 회상하면서 만들어 내는 것이 이야기다. 그 말은 성공하지 않으면 이야기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데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없다. 어떤 드라마에서 누군가 주인공에게 길이 없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주인공이 '길을 만들어야죠'라고 했다. 질문자는 그건 일을 안 해본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냥 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성공하면 사람들은 나중에 '그냥 한 사람'이 그동안 지나온 경로를 길이라고 부른다고.

 

  길이 있건 없건 사실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별로 관심이 없다. 어차피 길이 없다고 안 하고, 길이 있다고 그대로 할 거였으면, 딱히 재밌는 이야기가 나오진 않는다. 물론 그냥 하기만 한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야기가 만들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에 성공해 버리든, 진절머리 나게 실패한 다음 겨우 마지막에 성공하든, 일단 거기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희한하게 사람들은 모든 것이 끝나고 난 뒤에는, 특히 그것이 좋은 쪽으로 끝난 경우에는 과거에 대해 굉장히 관대하다. 그때쯤 되면 이야기는 스스로 만들어진다. 집시들 사이에서 미키(브래드 피트)가 영웅이 돼 있을 것처럼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