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가지고 있는 루틴을 깰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건 행운이다. 생활에 루틴을 갖는다는 건 일종의 자동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거다. 일정한 조건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설정해 놓으면, 그걸 습관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 행위를 하는 데 있어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고, 큰 노력 없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보통 루틴을 만들기 전에 문제가 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생각해 보고 나온 결론을 루틴에 적용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틴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편리하다. 특히 이 시스템을 쓰는 사람의 성격이 예외를 싫어하고, 습관을 잘 만들며, 반복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기보다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에는 말이다. 내 주변 많은 사람들도 일정한 생활의 패턴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루틴의 생활을 인정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다.
주인공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의 극 중 이름이 있었던가?)에게 아이린이 나타났을 때가 아름답다. 루틴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루틴을 '기꺼이' 깰 수 있게 되면 다음은 새로운 차원이 열린다. 꼭 이것이 행복한 결말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과적으로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많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택했으니 말이다. 익숙하지 않은 행동은 실수를 불러오기 쉽다. 하지만 안정감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의 불안감만 견딜 수 있다면, 새로운 것과 만나는 과정은 늘 아름답다.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사실 루틴을 잘 만드는 사람은 언제고 다시 루틴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예전의 루틴을 깨 본 후에 새로 만들어진 루틴은 분명 다를 것이다.
루틴은 삶의 굉장히 강력한 무기이지만,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어제와 같은 삶을 살면서 다른 내일이 올 거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라고. 나는 언제까지는 지금 그대로 살 거라고 다짐한 사람이 있다면 해당되지 않는 말이겠지만, 내일은 어제보다 나아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과연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루틴은 언제 만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것이 꽤 오래전에 만들어졌고, 만들어진 이후에 변화가 전혀 없는 것이라면, 그 시스템을 만들 때 고민했던 나보다 현재의 내가 그렇게 발전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항상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애초에 루틴이 만들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발전은 계단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동안 특정한 루틴을 지키는 것은 도움이 되고 효율적일 것이다. 다만 내가 계단의 같은 단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계속 물어야 할 것이다. 지켜야 할지, 깨야 할지 늘 어렵고 고민이지만 원래 인생이 이율배반적인 것들의 집합이다. 늘 선택의 순간이다.
댓글